<들어가는 말>

이번 글의 순서는,
유전문과 환멸문으로서의 '연기緣起'에 관한 내용을 먼저 전개한 다음,
존재_일반을 설명하는 '연기緣起'는 제일 뒤에, 전개하였습니다.

고따마 부처님은  유정(사람)을 위한,
고苦의 발생(유전문)과 소멸(환멸문)로써, 12_연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12_연기라는 것이, 동전에 양면처럼,
4_성제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점을 하루빨리 깨우치셨으면 좋겠습니다.
즉, 4_성제를 관통하고 나면, 어느덧 12_연기까지 관통하게 됩니다.


<무연님의 연기관觀>

┗       무연 13.07.12. 00:32
님(무연)께서 말씀하시는 요점은 "생과 노사는 없는 것이다"입니다//행복님
몇번이나 말해야 이해가 되겠습니까??
생이 없다 함은 승의제이고...
세간의 언설과 인과의 이치에 따라 생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승의제와 세속제는 차별이 없다고 이미 얘기 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행복님은 제가 무조건 없다만 강조합니다. ...거 참...
에혀...이런사람과 대화할려니... ㅡ,.ㅜ

┗       무연 13.07.12. 01:54
그리고 연기법이란 ...변화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거라니???
이보세요. 똑바로 들으세요...
연기법이란...중연이 화합하여...어떠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뜻합니다.
경전에선...중연이 화합하기 때문에 불생(不生)이라 하고...
또한 찰나찰나 중연이 화합하고 생멸하거나 상속 하기 때문에...
제 모양 제모습이 없는겁니다.
게다가 한법도 가히 보거나 취할 수가 없기 때문에...공하다고 하는겁니다.
다만 중생들이 공함을 알지 못하기에...인과에 따른 언설과 중생의 인식에 맞추어...
중연의 화합에 따라 일어나는 것을 가리켜 생이라 하고...
인연의 다함에 따라 사라지는 것을 가리켜 멸이라고 하는 겁니다.

┗       무연 13.07.12. 01:54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여법하게 듣는이는...
세간의 사람들과 함께 생을 보더라도...사실은 생이 없음을 여실히 관찰합니다.
나아가 오온이 공함을 보고 대상의 공함을 보아...
취할자도 없고 취할바도 없음을 여실히 깨달아
욕심을 줄이고 자신의 수준에 따라 보시행과 부처님 법을 배우며 사는겁니다.


<고따마 부처님의 연기관觀>

"모든 비구들아, 눈眼은 생길 때 오는 곳이 없고,
소멸할 때에도 가는 곳이 없다.
이와 같이 눈眼은 진실이 아니건만 생겨나고,
그렇게 생겼다가는 다시 다 소멸하고 마나니,
업보業報는 있지만 짓는 자(作者)는 없느니라.
이 음陰이 소멸하고 나면 다른 음이 이어진다.
다만 세속의 수법數法은 제외된다.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도 또한 이와 같다고 말하겠으나,
단 세속의 수법은 제외된다.
세속의 수법이란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이 있으며...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발생하고 일어나느니라.
또 '이것이 없기 때문에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기 때문에 저것이 소멸한다'는 것이니,
즉 무명이 소멸하기 때문에 행이 소멸하고,
행이 소멸하기 때문에 식이 소멸하며...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하나니,
비구들아, 이것을 제일의공법경이라고 말하는 것이니라(335. 아함第一義空經)."

"3...물이 조금 밖에 없는 잔에다 소금덩이를 넣는다고 하자...
마실수 없이 짜게 되겠는가?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강가(갠지즈) 강에다 소금덩이를 넣는다고 하자...
마실수 없이 짜게 되겠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계를 닦고 마음을 닦고 통찰지를 닦아서...
위대한 존재가 되고 번뇌가 다하여 한량없이 머무는 자가 된다...
이러한 사람은 약간의 악업을 짓지만...
털끝만큼도 그 과보가 없을 것인데 어찌 많을 것인가(소금덩이 경 A3:99)?"


<용수_공空_관통과 4_성제_관통>

무연님! 인용된 아함경과 니까야에 나오는 고따마 부처님의 두 가지 연기관觀이,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4_성제를 관통하여 해탈한 성자들은, '세속의 수법'이 아닌,
과보가 없는 '제일의공법'을 따른다는 것에 대하여, 이의異議가 있으십니까? 

"어떻게 해야 명지明知에 도달합니까...
4_성제를 관통하여, 명지明知에 도달하게 된다(명지경 S56:18)."

중생_12_연기의 무명無明이, 명지明知로 대체된,
성자_12_연기의 모습을 상상하여 보십시오.
물론, '제일의공법'은 상상하시는 것, 그 이상입니다.

무연님께서는, 어째서 굳이,
고따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제일의공법'을,
고따마 부처님의 뜻과는 매우 다를 지도 모르는,
용수의 '승의제'라고 단정하시는 겁니까?
설마, 공空이라는 글자 때문은 아니시겠죠?

초기불교의 수행_과정과 수행_결과 또한,
무연님께서 말씀하시는,
'오온이 공함을 보고 대상의 공함을 봄'과는 매우 다릅니다.
초기불교의 수행은,
고따마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대념처경에 근거를 둔,
'온처계근제연으로 4성제를 관통하여 열반을 체험함'입니다.

"이와 같이 안과 밖의 법은,
모두 중연衆緣으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에 곧 자성이 없는 것이다.
만약 법에 자성이 없다면 타성도 없을 것이고, 자타도 없을 것이다.
또 이런 이유로 유위, 무위, 자아는 모두 공空이다(12문론門論 제1문)."

무연님에게는,
위에 인용된 용수의 공空에 대한 설명이나, 반야심경의 관자재보살의 가르침이,
고따마 부처님의 온처계근제연 대한 가르침보다도, 여전히 더 나아 보이시나요?
아니면, '용수의 설명은, 곧 고따마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믿고 싶으신 건가요?
'언설言舌'운운하시면서, 어째서 용수의 '언설言舌'에 그리도 혹惑하십니까?
해탈열반을 위한 '마지막 언설言舌'은, 바로 4_성제와 12_연기입니다.

무연님이 말씀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여법하게 듣는이는...
(저에게, 이 부분은 '용수의 공空_도리를 관통하는 이는'이라고 읽혀 집니다)...
오온이 공함을 보고 대상의 공함을 보아...
취할 자도 없고 취할 바도 없음을 여실히 깨달아
욕심을 줄이고 자신의 수준에 따라 보시행과 부처님 법을 배우며 사는...' 것보다

'4_성제 관통 즉, 12_연기의 관통으로, 해탈하여 출세간으로 들어가서,
과보가 없는 성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확실해 보이지 않으신가요?

이제, 무연님에게는, 고苦의 소멸을 위한 첫 걸음으로,
온처계근제연을 통한 4_성제와 12_연기의 관통이냐,
아니면, 용수_공空의 관통이냐의, 두 가지 중의 한가지 선택만 남았습니다.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잘 선택하셔서, 혹시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는,
초기불교의 길을 가시는 분들과의 토론에, 보다 많은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끝맺음>

부처님 입멸후 지금까지,
'연기緣起'로써, 존재_일반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 결과, 어마어마한 연기_논설들이 양산되었습니다.

용수_ 중론/12문론門論의 중연衆緣을 필두로,
상좌부 아비담마의 24연,
구사론을 위시한 북방아비달마의 6인-4연-5과,
유식의 10인-4연-5과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들은 고따마 부처님의 뜻과는 다릅니다.
고따마 부처님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를 바꾸고자 하였던 것이지,
'세상이 이렇게 형성되고 저렇게 소멸한다!'를
설명하시고자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당시의 세상과 2,600년 후의 세상이 같을 수도 없거니와,
해탈로써 본인의 안목이 바뀌지 않는 한,
세상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소용없기 때문입니다.

해탈열반을 위한 '온처계근제연'의 가르침에서,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번쇄한 잡설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것을,
고따마 부처님은 누구보다도, 더 절절하게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고따마 부처님에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연기_논설들은 해탈열반에 도움이 안되는 잡설일 뿐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방 상좌부 논장의 마지막인 '빳타나(24연)'도
고따마 부처님의 뜻에 반하는 잘못된 행위의 산물입니다.
고따마 부처님의 말씀을 고구정녕 바르게 따르는 상좌부라면,
단호하게, '그러한 연기_논설은 불필요하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상좌부의 바른 입장이 아니었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편 서양은, 2-300년 전부터,
존재_일반들에 대한 번쇄한 연기_논설을 전개하는 대신에,
'과학'이라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_설명_방법'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진화론, 물리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존재_일반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연기_논설과 과학이,
종종 매우 유사한 결론에 이른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러나 활용도 측면에서는, 과학이 연기_논설들을 크게 앞지르고 있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12_연기 이외의, 존재_일반을 설명하는,
용수의 중론을 위시한 여타의 연기_논설들을 공부하느니,
차라리, 현대_학문을 공부하는 편이 훨씬 득이 됩니다.

존재_일반과 관련된 내용들은, '진짜_세상'이라는 주제로,
수가록과 수가식_위빳사나_길라잡이에서,
이미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끝)

(2013.7.18)